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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기후 제국 시대의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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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09-28 21:09 조회5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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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각의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들은 설령 바이든이 당선되더라도 미·중 간 신냉전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한다. 다른 가능성은 전혀 없을까? 나는 과거 닉슨과 덩샤오핑의 놀라운 미·중 협력처럼 ‘지구적 기후 제국’들의 ‘갈등 속 협력’도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 지난 22일 시진핑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놀랍게도 2060년까지 탄소중립화를 선언했다. 여전히 화석연료 산업이 60% 이상 비중인 중국이? 연설 동기에 대한 중국 전문가들의 회의적인 목소리가 들린다. 내년에 시작될 새 5개년 경제계획을 지켜봐야 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이라는 패권국가들은 나름대로 경제와 안보 측면에서 시급한 전환의 필요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 제러미 리프킨은 2028년 화석연료 산업이 붕괴하고 부채로 전락하는 좌초자산 가능성을 예고한 바 있다. 리프킨을 그저 낭만적 미래학자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냉혹한 현실주의자인 미국 국방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이미 군통수권자인 트럼프에 반역까지 하면서 탈탄소 기반 군 시설과 전쟁 전략 수정을 착수해왔다. 미국이 이념전에서 승리한 냉전과 달리 트럼프 스타일의 복고주의 대 시진핑의 미래주의, 누가 이기겠는가? 내가 만약 시진핑의 책사라면 생태 마르크스주의, 생태 유교, 그리고 디지털 독재론을 정교하게 결합한 ‘생태 마오주의’를 더 심화시키겠다. 사실 시진핑의 의지나 허세와 무관하게 코로나19마저 사소해질 복합재난들이 일상화하면 이러한 시나리오도 생각보다 빠를 가능성이 있다.

나만의 공상일까? 이미 오레스케스 하버드대 교수는 기후파국 등 대붕괴 이후 중국식 권위주의 모델이 서구식 자유주의 민주주의를 이길 것이라 예상한 바 있다. 웨인라이트 오하이오 주립대 교수는 2년 전 이 모델을 ‘기후 마오’ 체제라 불렀다. 이 경로는 자본주의의 지구적 기후 제국(바이든이 혹시 당선된다면 기업국가 주도의 그린 뉴딜) 및 트럼프 스타일의 복고적 체제, 혹은 아예 미·중 모델을 넘어선 탈자본주의 생태 체제와 경쟁하는 가능성 중 하나이다. 나는 여기에 미·중 기후 제국 동맹이 맺어지는 시나리오도 첨가하고 싶다.

이 다양한 가능성 앞에서 곤혹스러운 질문들이 떠오른다. 만약 신냉전이 아니라 기후 제국의 질서를 놓고 미·중이 다투거나 혹은 협력한다면 한국은 어떤 대전략이 필요한가? 현재 기후악당 국가이자 향후 좌초자산으로 가장 손해 볼 가능성이 큰 국가인 한국은 과연 이 기후 제국 질서에 뒤늦게 적응할 수 있을까? 천우신조로 ‘미·중 동맹’이 2030년까지 기후위기를 낭떠러지 직전에 봉합한다면 그 후 20년간 아시아와 한국의 운명은 지금과 어떻게 달라질까? 20세기형 위기관리도 못해 바다에서 허둥지둥 헤맨 한국의 국방부는 기후 제국 질서 대비 안보 전략은 준비하고 있을까? 몇 년 전부터 이미 서구 일각에서 경고된 팬데믹조차 예측 못한 것으로 보이는 한국 정보기관들은 지금은 나아졌을까? 만에 하나 이 기후 제국 질서가 본격화되면 남북 평화공존이나 통일을 더 앞당길까 그 반대일까? 문재인 정부 초기의 낡은 미래 전망과 전략은 지금쯤 크게 수정되어 있을까? 계몽군주라는 과분한 칭송까지 받는 김정은은 자신의 아버지와 달리 새로운 지각변동 속에서 생태 전체주의인 ‘기후 김정은 체제’로 전환할까?

지금 문재인 행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일각에서 비판하듯이 운동적 민주주의, 심지어 전체주의 경향을 띠는 정부여서가 아니다. 다만 그들은 그저 과거 민주화운동 시대의 한계 속에서 자유주의에 대한 감수성과 국정 운영 능력이 부족할 뿐이다. 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 서거가 만든 트라우마와 권력의지 속에서 갈팡질팡할 뿐이다. 청와대의 진짜 큰 문제는 전환적 가치와 리더십의 운동 대신에 관리형 정부를 내심 바라는 심리이다. 일부 훌륭한 인재들이 청와대와 당에서 고투하지만 문재인 행정부의 핵심들은 그저 과거 인수위 단계에서 설정한 국정비전과 숙제를 관리하기에 정신이 없다.



하지만 이미 세상은 자본주의 재생산 위기, 팬데믹과 기후파국 등이 만들어내는 ‘장기 비상의 시대’(쿤스틀러 작가의 표현)로 완전히 이동했다. 그런데 천연덕스럽게 전시경제를 말하면서 정작 균형재정, 화석연료산업 수출과 부동산의 절충적 관리를 추구한다. 이제 남은 임기 2년, 관리정부 및 사회 각 영역의 관리형 리더들은 후대 역사의 책임을 피할 길이 없다. 아뿔싸, 민주화운동 시절 즐겨 인용하던 ‘역사가 우리를 용서하리라’는 문구가 이제 아픈 비수로 우리에게 돌아올 줄이야. 황혼기에 접어든 ‘우리 모두’는 전환 가치와 리더십을 만들어나가는 일에 모든 걸 걸어야 한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9280300015&code=990100#csidx0e9e4712922f01f8a5b0f41c028cb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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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촌(江村) /두보(杜甫)


淸江一曲抱村流, (청강일곡포촌류) 맑은 강 한 구비 이 마을을 안고 흐르는데,

長夏江村事事幽. (장하강촌사사유) 긴 여름 강촌에는 만사가 한가롭다.

自去自來梁上燕, (자거자래당상연) 절로 갔다 절로 오는 것은 들보 위의 제비요,

相親相近水中鷗. (상친상근수중구) 서로 친하고 서로 가까이하는 것은 물 위의 갈매기라.

老妻畵紙爲碁局, (노처화지위기국) 늙은 아내는 종이에 줄 그어 바둑판을 만들고,

稚子敲針作釣鉤. (치자고침작조구) 어린 아들은 바늘 두들겨 낚싯바늘 만드는구나.

多病所須唯藥物, (다병소수유약물) 병약한 몸에 필요한 것이라곤 그저 약물 뿐,

微軀此外更何求. (미구차외갱하구) 하찮은 이내 몸이 이 밖에 또 무엇을 바라리오.



화석정 / 율곡 이 이


林亭秋已晩 / 騷客意無窮 숲에는 가을이 저물어 가매 / 시인의 시정은 그지없어라.

遠水連天碧 / 霜楓向日紅 물빛은 하늘에 닿아 푸르고 / 단풍은 햇빛 따라 불타올라라.

山吐孤輪月 / 江含萬里風 산에는 둥근 달이 솟아오르고 / 강에는 끝없는 바람 어려라.

塞鴻何處去 / 聲斷暮雲中 기러기는 어디로 가는 것인가 / 저무는 구름 새로 소리 끊겨라.

바위 / 청마 유치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億年) 비정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광야

이육사


까마득한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때도
참아 이곳을 범하든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나리고
매화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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