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임기 절반도 못 참은 첫 대통령, 윤석열이 가야 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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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4-06-16 12:23 조회 1,190 댓글 0본문
총선 참패 뒤 쇄신 없는 이벤트만
국회와 충돌 불사…혼란 불가피
‘소수파’ 대통령직 유지하려면
권력 분점하거나 개헌하거나
세상에는 눈앞에서 뻔히 펼쳐지는 장면인데도 현실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4·10 총선 이후 벌어지는 우리 정치 상황이 바로 그렇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총선 직후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두달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무엇을 했을까요?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을 교체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담하고,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에게 계란말이와 김치찌개를 해주고, 국민의힘 의원 워크숍에서 맥주를 따르고, 어퍼컷 세리머니를 했습니다. 이벤트에 주력한 것입니다. 국정 쇄신은 없었습니다. 국회에서 의결한 ‘채 상병 특검법’엔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도 받들지 않은 것입니다.
윤 대통령이 국정 쇄신을 하지 않고 총선 민심도 받들지 않은 이유가 뭘까요? 그가 거짓말쟁이라서 그런 것일까요? 악당이라서 그런 것일까요? 혹시 아무것도 몰라서 그러는 것은 아닐까요? 만약 그렇다면 큰일입니다. 정치인의 무지는 사악함보다 훨씬 더 위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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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는 윤 대통령
윤 대통령은 취임 뒤 2년 동안 국정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을 여소야대 탓으로 돌렸습니다. 그런데 총선에서 참패했습니다. 남은 임기 동안 성과를 내려면 국회와 야당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이재명 대표와 회담을 정례화하든, 대연정을 제안하든, 임기 단축 개헌을 추진하든 뭔가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국정을 끌어갈 수 있습니다. 그래야 대통령 직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손을 놓고 있으니 국민의힘도 넋을 놓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6월5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선출한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6월10일 11개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선출한 본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국회를 보이콧하고 있는 것입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외면한 채 속도전에 나섰습니다. 채 상병 특검법을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하고 ‘김건희 특검법’을 당론으로 재발의했습니다. 11개 상임위원회를 차례차례 열어 야당 간사를 선출하고 장관 출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몫으로 남겨둔 7개 상임위원장도 머지않아 선출할 기세입니다.
국민의힘은 매일 의원총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속수무책입니다. 몇몇 튀는 의원들은 “정부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할 때 민주당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을 다 깎아버리자”거나 “꼭 필요한 입법은 시행령으로 추진하면 된다”는 등 비현실적 제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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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라는 사람은 “민주당이 대화와 타협이란 의회 민주주의 본령을 외면하고 힘자랑 일변도의 국회 운영을 고집한다면,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의 명분은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공허하기 그지없습니다. 야당은 지금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 의원 중에는 “아무리 그래도 집권 여당이 국회를 외면할 수는 없다”며 등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소수 의견인 것 같습니다.
국회를 외면하는 것은 민생을 외면하는 것입니다. 국회 보이콧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국민의힘은 15개 당 특별위원회 회의를 열어 정책 당정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지난 12일 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교육개혁 추진 관련 당정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서범수·정성국·정점식·김대식·김민전·김재섭·서지영 의원 등이 참석했습니다. 이주호 장관, 오석환 차관 등 교육부 공무원들도 대거 참석했습니다. 당정은 학교안전법·아동복지법 등을 개정하기로 했습니다.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해 유보통합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늘봄학교 지원 특별법’도 제정하기로 했습니다.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해 교육발전 특구 지정·운영을 위한 특별법, 지방대 육성법을 제·개정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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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식의 당정회의는 공염불에 불과합니다. 모두 다 법률로 뒷받침해야 하는데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법률을 통과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선출된 두 권력 ‘의회와 대통령’
자, 윤 대통령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 국민은 2022년 3월 윤 대통령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2년 뒤 2024년 4월 윤 대통령이 속한 국민의힘에 참혹한 패배를 안겼습니다. 이 상황을 정치적으로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어쩌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지금 맞닥뜨린 상황은 단순히 그들의 무지와 무능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매우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일 수 있습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의회 중심의 융합형 권력구조인 의원내각제는 의회에 국정 실패의 책임을 분명히 물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에 대통령제는 의회와 대통령을 국민이 각각 선출하는 분립형 권력구조입니다.
여기서 복잡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대통령제는 행정부의 안정과 이를 통한 강력한 행정 수행, 법률안 거부권 행사를 통한 졸속 입법 방지와 소수자 이익 보호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치명적 단점도 있습니다. 첫째, 대통령의 독재화 경향, 둘째, 권력분립으로 인한 국정의 혼란, 셋째, 행정부와 입법부의 충돌 시 조정 방안 부재 등입니다. 특히 둘째와 셋째가 심각합니다. 대통령제 원조 국가인 미국에서도 종종 의회와 행정부의 극한 대립으로 행정부가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은 이 난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대통령은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았습니다. 독재였기 때문입니다. ‘제왕적 대통령’은 행정·입법·사법부를 지배했습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당선된 노태우 대통령은 1988년 총선으로 여소야대 상황을 맞았습니다. 김대중·김영삼·김종필 등 야당 총재들과 대화와 타협의 정치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모든 정치 현안과 국정 과제를 이들과의 회담에서 논의했습니다. 그러다가 1990년 1월 3당 합당으로 국회 다수 세력을 구축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김종필 자유민주연합 총재와 디제이피(DJP) 연합으로 정권을 잡았습니다. 새정치국민회의와 자민련은 공동 여당이었습니다. 그러다가 2000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1당을 뺏기자 이회창 총재와 영수회담으로 돌파구를 만들었습니다. 극심한 여소야대 상황에서 취임한 노무현 대통령은 선거제도 개편 제안, 대연정 제안, 재신임 국민투표 제안 등 그야말로 몸부림을 쳤습니다. 그러다가 2004년 총선에서 탄핵 역풍으로 국회 과반 의석을 겨우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12월 대선에서 당선된 뒤 2008년 4월 총선 압승으로 국회 다수 의석을 확보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12월 대선을 앞둔 그해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 과반 의석을 확보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3월 대선에서 당선된 뒤 국회 의석 부족으로 고전했지만,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와 야당 대표 및 원내대표들과 회담을 하며 국정을 풀어갔습니다. 2020년 4월 총선에서 180석의 압승을 거뒀습니다.
그러고 보면 1987년 민주화 이후 우리나라 총선의 역사는 대통령을 무너뜨리는 ‘심판 선거’가 아니라, 대체로 대통령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밀어주는 ‘지지 선거’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22대 총선만이 예외적으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강력한 심판 선거였습니다.
참고할 만한 전례 없지만…
총선 참패 이후 윤 대통령에 대한 민심은 악화일로입니다. 여론조사 수치는 위험수위에 다가서고 있습니다. 한국갤럽이 14일 발표한 정례 여론조사(전국 유권자 1천명 전화조사)를 보면 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26%, 부정 평가는 66%였습니다. 2주 전 긍정 21%, 부정 70%에서 다소 개선됐습니다. 북한 오물 풍선과 대북 방송 재개 등 안보 쟁점에 의한 일시적 효과로 보입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누리집 참고)
임기 중반 총선에서 국민의 강력한 심판을 받아 국회에서 소수 세력으로 전락한 대통령은 정치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참고할 만한 전례는 없습니다. 이런 상황 자체가 우리 정치사에서 처음이기 때문입니다.
첫째, 퇴진입니다. 국회의 협조를 받을 수 없는 대통령은 국정을 끌어갈 수 없습니다. 대통령을 다시 뽑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퇴진에는 스스로 물러나는 사퇴가 있고, 국회와 헌법재판소에 의해 쫓겨나는 탄핵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 다수는 아직 윤 대통령 사퇴나 탄핵에 동의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둘째, 권력 분점입니다. 권력을 야당과 절반씩 나누어 갖고 국정에 대해 공동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이 방안은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받아들일 것 같지 않습니다.
셋째, 개헌입니다.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으로 윤 대통령 임기를 1년 줄이고 남은 임기 2년의 국정 운용 동력을 확보하는 방안입니다.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은 윤 대통령을 위해서나 국민의힘을 위해서나 민주당을 위해서나 대한민국을 위해서나 개헌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인 것 같습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파천황(破天荒)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전에 아무도 하지 못한 일을 처음으로 해낸다는 의미입니다. 윤 대통령은 임기 중반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은 최초의 대통령입니다. 바로 그래서 ‘협치의 제도화’를 가장 확실하게 해낼 기회가 열려 있습니다. 결심만 하면 7공화국을 활짝 열어젖힌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습니다. 가능할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회와 충돌 불사…혼란 불가피
‘소수파’ 대통령직 유지하려면
권력 분점하거나 개헌하거나
세상에는 눈앞에서 뻔히 펼쳐지는 장면인데도 현실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4·10 총선 이후 벌어지는 우리 정치 상황이 바로 그렇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총선 직후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두달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무엇을 했을까요?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을 교체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담하고,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에게 계란말이와 김치찌개를 해주고, 국민의힘 의원 워크숍에서 맥주를 따르고, 어퍼컷 세리머니를 했습니다. 이벤트에 주력한 것입니다. 국정 쇄신은 없었습니다. 국회에서 의결한 ‘채 상병 특검법’엔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도 받들지 않은 것입니다.
윤 대통령이 국정 쇄신을 하지 않고 총선 민심도 받들지 않은 이유가 뭘까요? 그가 거짓말쟁이라서 그런 것일까요? 악당이라서 그런 것일까요? 혹시 아무것도 몰라서 그러는 것은 아닐까요? 만약 그렇다면 큰일입니다. 정치인의 무지는 사악함보다 훨씬 더 위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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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는 윤 대통령
윤 대통령은 취임 뒤 2년 동안 국정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을 여소야대 탓으로 돌렸습니다. 그런데 총선에서 참패했습니다. 남은 임기 동안 성과를 내려면 국회와 야당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이재명 대표와 회담을 정례화하든, 대연정을 제안하든, 임기 단축 개헌을 추진하든 뭔가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국정을 끌어갈 수 있습니다. 그래야 대통령 직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손을 놓고 있으니 국민의힘도 넋을 놓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6월5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선출한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6월10일 11개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선출한 본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국회를 보이콧하고 있는 것입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외면한 채 속도전에 나섰습니다. 채 상병 특검법을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하고 ‘김건희 특검법’을 당론으로 재발의했습니다. 11개 상임위원회를 차례차례 열어 야당 간사를 선출하고 장관 출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몫으로 남겨둔 7개 상임위원장도 머지않아 선출할 기세입니다.
국민의힘은 매일 의원총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속수무책입니다. 몇몇 튀는 의원들은 “정부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할 때 민주당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을 다 깎아버리자”거나 “꼭 필요한 입법은 시행령으로 추진하면 된다”는 등 비현실적 제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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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하기 그지없습니다. 야당은 지금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 의원 중에는 “아무리 그래도 집권 여당이 국회를 외면할 수는 없다”며 등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소수 의견인 것 같습니다.
국회를 외면하는 것은 민생을 외면하는 것입니다. 국회 보이콧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국민의힘은 15개 당 특별위원회 회의를 열어 정책 당정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지난 12일 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교육개혁 추진 관련 당정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서범수·정성국·정점식·김대식·김민전·김재섭·서지영 의원 등이 참석했습니다. 이주호 장관, 오석환 차관 등 교육부 공무원들도 대거 참석했습니다. 당정은 학교안전법·아동복지법 등을 개정하기로 했습니다.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해 유보통합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늘봄학교 지원 특별법’도 제정하기로 했습니다.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해 교육발전 특구 지정·운영을 위한 특별법, 지방대 육성법을 제·개정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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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식의 당정회의는 공염불에 불과합니다. 모두 다 법률로 뒷받침해야 하는데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법률을 통과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선출된 두 권력 ‘의회와 대통령’
자, 윤 대통령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 국민은 2022년 3월 윤 대통령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2년 뒤 2024년 4월 윤 대통령이 속한 국민의힘에 참혹한 패배를 안겼습니다. 이 상황을 정치적으로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어쩌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지금 맞닥뜨린 상황은 단순히 그들의 무지와 무능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매우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일 수 있습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의회 중심의 융합형 권력구조인 의원내각제는 의회에 국정 실패의 책임을 분명히 물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에 대통령제는 의회와 대통령을 국민이 각각 선출하는 분립형 권력구조입니다.
여기서 복잡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대통령제는 행정부의 안정과 이를 통한 강력한 행정 수행, 법률안 거부권 행사를 통한 졸속 입법 방지와 소수자 이익 보호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치명적 단점도 있습니다. 첫째, 대통령의 독재화 경향, 둘째, 권력분립으로 인한 국정의 혼란, 셋째, 행정부와 입법부의 충돌 시 조정 방안 부재 등입니다. 특히 둘째와 셋째가 심각합니다. 대통령제 원조 국가인 미국에서도 종종 의회와 행정부의 극한 대립으로 행정부가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은 이 난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대통령은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았습니다. 독재였기 때문입니다. ‘제왕적 대통령’은 행정·입법·사법부를 지배했습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당선된 노태우 대통령은 1988년 총선으로 여소야대 상황을 맞았습니다. 김대중·김영삼·김종필 등 야당 총재들과 대화와 타협의 정치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모든 정치 현안과 국정 과제를 이들과의 회담에서 논의했습니다. 그러다가 1990년 1월 3당 합당으로 국회 다수 세력을 구축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김종필 자유민주연합 총재와 디제이피(DJP) 연합으로 정권을 잡았습니다. 새정치국민회의와 자민련은 공동 여당이었습니다. 그러다가 2000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1당을 뺏기자 이회창 총재와 영수회담으로 돌파구를 만들었습니다. 극심한 여소야대 상황에서 취임한 노무현 대통령은 선거제도 개편 제안, 대연정 제안, 재신임 국민투표 제안 등 그야말로 몸부림을 쳤습니다. 그러다가 2004년 총선에서 탄핵 역풍으로 국회 과반 의석을 겨우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12월 대선에서 당선된 뒤 2008년 4월 총선 압승으로 국회 다수 의석을 확보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12월 대선을 앞둔 그해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 과반 의석을 확보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3월 대선에서 당선된 뒤 국회 의석 부족으로 고전했지만,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와 야당 대표 및 원내대표들과 회담을 하며 국정을 풀어갔습니다. 2020년 4월 총선에서 180석의 압승을 거뒀습니다.
그러고 보면 1987년 민주화 이후 우리나라 총선의 역사는 대통령을 무너뜨리는 ‘심판 선거’가 아니라, 대체로 대통령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밀어주는 ‘지지 선거’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22대 총선만이 예외적으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강력한 심판 선거였습니다.
참고할 만한 전례 없지만…
총선 참패 이후 윤 대통령에 대한 민심은 악화일로입니다. 여론조사 수치는 위험수위에 다가서고 있습니다. 한국갤럽이 14일 발표한 정례 여론조사(전국 유권자 1천명 전화조사)를 보면 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26%, 부정 평가는 66%였습니다. 2주 전 긍정 21%, 부정 70%에서 다소 개선됐습니다. 북한 오물 풍선과 대북 방송 재개 등 안보 쟁점에 의한 일시적 효과로 보입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누리집 참고)
임기 중반 총선에서 국민의 강력한 심판을 받아 국회에서 소수 세력으로 전락한 대통령은 정치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참고할 만한 전례는 없습니다. 이런 상황 자체가 우리 정치사에서 처음이기 때문입니다.
첫째, 퇴진입니다. 국회의 협조를 받을 수 없는 대통령은 국정을 끌어갈 수 없습니다. 대통령을 다시 뽑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퇴진에는 스스로 물러나는 사퇴가 있고, 국회와 헌법재판소에 의해 쫓겨나는 탄핵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 다수는 아직 윤 대통령 사퇴나 탄핵에 동의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둘째, 권력 분점입니다. 권력을 야당과 절반씩 나누어 갖고 국정에 대해 공동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이 방안은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받아들일 것 같지 않습니다.
셋째, 개헌입니다.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으로 윤 대통령 임기를 1년 줄이고 남은 임기 2년의 국정 운용 동력을 확보하는 방안입니다.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은 윤 대통령을 위해서나 국민의힘을 위해서나 민주당을 위해서나 대한민국을 위해서나 개헌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인 것 같습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파천황(破天荒)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전에 아무도 하지 못한 일을 처음으로 해낸다는 의미입니다. 윤 대통령은 임기 중반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은 최초의 대통령입니다. 바로 그래서 ‘협치의 제도화’를 가장 확실하게 해낼 기회가 열려 있습니다. 결심만 하면 7공화국을 활짝 열어젖힌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습니다. 가능할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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