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정상회담 전에 문재인부터 만나라 [박찬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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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4-11-18 17:38 조회 186 댓글 0본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페루를 공식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페루 리마 대통령궁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시절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일이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북한 김정은을 만난 도널드 트럼프에게 노벨 평화상이 갈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올 때였다. 문 대통령이 “오바마 전 대통령도 못 한 일을 하셨다. 노벨 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취지로 덕담하자, 트럼프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문 대통령도 국내 인기가 좋던데 다음 대선에 출마하시라. 틀림없이 당선될 거다”라고 화답했다. 노벨 평화상 발언에 트럼프가 한껏 고조됐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런 에피소드도 있다. 2018년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직후에 문 대통령은 트럼프와 전화 통화를 했다. 판문점 도보다리에서의 남북 정상 만남을 생방송으로 지켜본 트럼프가 “풍경이 좋던데 거기가 어디냐?”고 물었다. 문 대통령은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 역사와 지금은 비무장지대로 오히려 자연이 잘 보존돼 있다는 점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방송 화면에 내가 어떻게 비칠까를 항상 생각하는 트럼프였다. “첫 북-미 정상회담을 판문점에서 하면 세계의 큰 주목을 받을 겁니다”라는 말에 트럼프의 마음은 확 움직였다. 백악관 참모들의 반대로 결국 회담 장소는 싱가포르로 정해졌지만, 트럼프는 잊지 않고 2019년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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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실을 보진 못했지만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전쟁 위기를 평화로 바꾼 데엔, 트럼프의 자기애적 확신을 적절히 자극한 문 대통령 노력이 한몫했다. 문재인은 트럼프가 최초이자 최고가 되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런 욕망이 종종 그의 의사 결정을 이끈다는 점을 잘 활용했다고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평했다.
요즘 윤석열 대통령은 하루빨리 트럼프 당선자를 만나려 애를 쓰고 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대미 수출이 줄 것이란 우려에 경제는 가라앉은 상태다. 또 대북 강경책에만 의존해온 현 정부로선 북한에 실리적 접근을 할지 모를 트럼프와 빨리 정책 조율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클 터이다. 남미에서 열리는 다자회의 직후 미국에 들러 트럼프와 회담을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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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만큼이나 나르시시즘에 빠진 세계 최강국 지도자를 상대하려면, 서두르지 말고 면밀한 준비를 하는 게 긴요하다. 2002년 12월 대선 직후 김대중 대통령이 노무현 당선자와의 국정 인수인계 회동에서 했던 얘기가 그것이었다. ‘너무 급하게 방미하려 하지 말고 철저하게 사전 준비를 하시라. 조지 부시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1년 3월에 나는 서둘러 워싱턴을 방문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디제이(DJ)는 국정 노트에 적었다.
지금 한국에서 트럼프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다. 트럼프와 친해지려 골프를 다시 배운다는 거짓말보다 필요한 건, 트럼프를 움직인 경험이 있는 전직 대통령의 노하우를 듣는 일이다. 막무가내인 트럼프에게 정확하게 반론하고 우리 주장이 그에게도 이익이 될 것이란 점을 부각해야 한다. 트럼프 1기 때 연 50억달러(당시 환율로 약 5조5천억원)까지 올리겠다는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1조원 조금 넘는 선에서 막은 건 단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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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정상 간 통화에서 실수인지 의도인지 알 수 없지만 주한미군 숫자를 ‘4만명’이라고 거듭해서 언급했다고 한다. 그때마다 문 전 대통령은 ‘4만명이 아니고 2만8500명’이라고 꼬박꼬박 정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평소 성격으로 보면 이런 치밀한 반박이 쉬울 거 같지는 않다. 그런 부분에서 현직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의 경험을 배우고 활용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윤 대통령의 열린 자세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주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도래할 수 있는 대화 국면에서 한국이 뒷전으로 밀려나 소외될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대북정책의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북 강경 제재와 흡수통일에 몰두해온 현 정부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제언이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대통령은 유연해야 한다. 집권 초부터 야당과 대화하지 않고 거부권을 남발하며 예스맨들의 잘못된 보고만 받은 결과가 지지율 17%라는 참담한 성적표 아닌가.
정권의 존재 이유를 오직 전임 정부와 차별화, 야당과의 싸움에만 두어선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 책상 위에 놓인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는 문구는 먼저 귀를 열어 많은 조언을 듣고 최종 결정을 내리라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 시절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일이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북한 김정은을 만난 도널드 트럼프에게 노벨 평화상이 갈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올 때였다. 문 대통령이 “오바마 전 대통령도 못 한 일을 하셨다. 노벨 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취지로 덕담하자, 트럼프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문 대통령도 국내 인기가 좋던데 다음 대선에 출마하시라. 틀림없이 당선될 거다”라고 화답했다. 노벨 평화상 발언에 트럼프가 한껏 고조됐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런 에피소드도 있다. 2018년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직후에 문 대통령은 트럼프와 전화 통화를 했다. 판문점 도보다리에서의 남북 정상 만남을 생방송으로 지켜본 트럼프가 “풍경이 좋던데 거기가 어디냐?”고 물었다. 문 대통령은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 역사와 지금은 비무장지대로 오히려 자연이 잘 보존돼 있다는 점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방송 화면에 내가 어떻게 비칠까를 항상 생각하는 트럼프였다. “첫 북-미 정상회담을 판문점에서 하면 세계의 큰 주목을 받을 겁니다”라는 말에 트럼프의 마음은 확 움직였다. 백악관 참모들의 반대로 결국 회담 장소는 싱가포르로 정해졌지만, 트럼프는 잊지 않고 2019년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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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실을 보진 못했지만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전쟁 위기를 평화로 바꾼 데엔, 트럼프의 자기애적 확신을 적절히 자극한 문 대통령 노력이 한몫했다. 문재인은 트럼프가 최초이자 최고가 되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런 욕망이 종종 그의 의사 결정을 이끈다는 점을 잘 활용했다고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평했다.
요즘 윤석열 대통령은 하루빨리 트럼프 당선자를 만나려 애를 쓰고 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대미 수출이 줄 것이란 우려에 경제는 가라앉은 상태다. 또 대북 강경책에만 의존해온 현 정부로선 북한에 실리적 접근을 할지 모를 트럼프와 빨리 정책 조율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클 터이다. 남미에서 열리는 다자회의 직후 미국에 들러 트럼프와 회담을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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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만큼이나 나르시시즘에 빠진 세계 최강국 지도자를 상대하려면, 서두르지 말고 면밀한 준비를 하는 게 긴요하다. 2002년 12월 대선 직후 김대중 대통령이 노무현 당선자와의 국정 인수인계 회동에서 했던 얘기가 그것이었다. ‘너무 급하게 방미하려 하지 말고 철저하게 사전 준비를 하시라. 조지 부시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1년 3월에 나는 서둘러 워싱턴을 방문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디제이(DJ)는 국정 노트에 적었다.
지금 한국에서 트럼프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다. 트럼프와 친해지려 골프를 다시 배운다는 거짓말보다 필요한 건, 트럼프를 움직인 경험이 있는 전직 대통령의 노하우를 듣는 일이다. 막무가내인 트럼프에게 정확하게 반론하고 우리 주장이 그에게도 이익이 될 것이란 점을 부각해야 한다. 트럼프 1기 때 연 50억달러(당시 환율로 약 5조5천억원)까지 올리겠다는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1조원 조금 넘는 선에서 막은 건 단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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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정상 간 통화에서 실수인지 의도인지 알 수 없지만 주한미군 숫자를 ‘4만명’이라고 거듭해서 언급했다고 한다. 그때마다 문 전 대통령은 ‘4만명이 아니고 2만8500명’이라고 꼬박꼬박 정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평소 성격으로 보면 이런 치밀한 반박이 쉬울 거 같지는 않다. 그런 부분에서 현직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의 경험을 배우고 활용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윤 대통령의 열린 자세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주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도래할 수 있는 대화 국면에서 한국이 뒷전으로 밀려나 소외될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대북정책의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북 강경 제재와 흡수통일에 몰두해온 현 정부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제언이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대통령은 유연해야 한다. 집권 초부터 야당과 대화하지 않고 거부권을 남발하며 예스맨들의 잘못된 보고만 받은 결과가 지지율 17%라는 참담한 성적표 아닌가.
정권의 존재 이유를 오직 전임 정부와 차별화, 야당과의 싸움에만 두어선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 책상 위에 놓인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는 문구는 먼저 귀를 열어 많은 조언을 듣고 최종 결정을 내리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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