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극우정당과 ‘의회 존엄성’ [세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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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4-11-11 16:39 조회 283 댓글 0본문
2022년 4월 독일 연방의회의 모습. 베를린/AP DPA 연합뉴스
20여년 전 독일에서 ‘의회의 존엄성’에 대한 열띤 논쟁이 있었다. 본회의장에서 구호가 적힌 파업 조끼를 입고, 자극적인 문구가 적힌 마스크를 쓰며, 항의 문구가 적힌 펼침막을 들거나 재킷 안에 정치 구호가 적힌 티셔츠를 입었다는 등의 이유로 주의·경고를 받는 의원들이 점점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2011년, ‘연방의회 선진화법’의 일환으로 회의장 내 질서 위반에 대해 최대 2천유로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연방의회 규칙이 개정됐다. 이때 ‘의회의 존엄성 유린’이라는 조항도 만들어졌다.
이 개정안을 두고 존엄성 유린 등 위반 행위 규정이 너무 모호해 자의적 해석이 이뤄질 위험이 있다는 점과 의원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 헌법적으로 타당한지에 대해 문제가 제기됐다. 물론 법적으로 이 개념이 모호할 수도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그 의미가 근본적이며 분명하다. 여기서 의회의 존엄성이란 의원의 행동이 질서 규칙을 넘어 이 공직에 걸맞은 존중, 품위, 자기 규율 등 더 높은 도덕적 기준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하는 규정이다. 국민의 최고 대표 기관인 의회는 단순히 선출된 대표자들의 집합체 그 이상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비롯한 기본법에 명시된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와 규범을 구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의회의 존엄성이라는 용어는 독일에서 적어도 20세기 초부터 의회의 지침으로 사용되었고, 대부분의 독일 주 의회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의회 등 다른 의회에서도 이미 오래전부터 명문화되어 있는 개념이다. 그리고 연방의회 규칙의 개정 이전에도 의원의 경고나 퇴장 요건을 해석할 때 의회의 존엄성이 실질적인 근거로 적용됐다. 물론 하버마스가 이론화한 의사소통의 체계적 왜곡을 배제할 수 있는 이른바 ‘이상적 담화 조건’까지는 의회에서도 실현되기 어려운 일이다. 1950년대 독일 연방의회 초창기에는 수많은 격렬한 논쟁이 일어났고, 1980년대 진보 녹색당이 원내 진출하면서 본회의의 다소 보수적인 풍토가 도전받기도 했다. 또 통일 이후에도 질서 유지 조치가 필요한 다툼들이 많았다.
그러나 의회의 존엄성을 포함한 의회규칙 개정 몇년 이후에야 이 개념을 명문화한 것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실감하게 됐다. 왜냐하면, 2017년 극우 정당인 독일대안당(AfD)이 연방의회에 입성하면서 의회의 존엄성 침해가 어떤 지경까지 갈 수 있고, 또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문득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즉, 1920년대 독일사회민주당의 정치깡패와 마찬가지로 독일대안당 의원들이 종종 본회의장에서 의회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행패를 과시하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그렇다. 그들은 주로 무례한 인종·성차별, 여성·외국인 혐오, 반민주적 언행과 국가 사회주의의 경시, 역사 수정주의적 행태로 분열과 양극화를 조장해 동료 의원과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독일대안당 의원들은 다른 당 의원들보다 질서 유지 경고 건수가 현저히 많다는 것이 연방의회의 공식 통계에도 유의미하게 나타날 정도이다.
문제는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최근 독일대안당의 지지율이 현재 연방의회 의석 점유율인 10.3%의 두배에 이른다는 점이다. 이들은 앞으로도 의회와 같은 민주적 제도를 악용하여 독일 연방의회를 ‘동물 의회’로 만들어 민주주의를 해치는 시도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의회의 존엄성을 법적으로 명문화하는 것도 결국 소용이 없다는 비관적 결론을 내려야 하는가? 아니다. 왜냐하면, 적어도 의회 존엄성의 명문화 덕분에 필자가 독일 의회를 비롯한 모든 민주주의 국가의 의회에서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한다는 경종을 울릴 수 있기 때문이다.
20여년 전 독일에서 ‘의회의 존엄성’에 대한 열띤 논쟁이 있었다. 본회의장에서 구호가 적힌 파업 조끼를 입고, 자극적인 문구가 적힌 마스크를 쓰며, 항의 문구가 적힌 펼침막을 들거나 재킷 안에 정치 구호가 적힌 티셔츠를 입었다는 등의 이유로 주의·경고를 받는 의원들이 점점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2011년, ‘연방의회 선진화법’의 일환으로 회의장 내 질서 위반에 대해 최대 2천유로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연방의회 규칙이 개정됐다. 이때 ‘의회의 존엄성 유린’이라는 조항도 만들어졌다.
이 개정안을 두고 존엄성 유린 등 위반 행위 규정이 너무 모호해 자의적 해석이 이뤄질 위험이 있다는 점과 의원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 헌법적으로 타당한지에 대해 문제가 제기됐다. 물론 법적으로 이 개념이 모호할 수도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그 의미가 근본적이며 분명하다. 여기서 의회의 존엄성이란 의원의 행동이 질서 규칙을 넘어 이 공직에 걸맞은 존중, 품위, 자기 규율 등 더 높은 도덕적 기준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하는 규정이다. 국민의 최고 대표 기관인 의회는 단순히 선출된 대표자들의 집합체 그 이상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비롯한 기본법에 명시된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와 규범을 구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의회의 존엄성이라는 용어는 독일에서 적어도 20세기 초부터 의회의 지침으로 사용되었고, 대부분의 독일 주 의회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의회 등 다른 의회에서도 이미 오래전부터 명문화되어 있는 개념이다. 그리고 연방의회 규칙의 개정 이전에도 의원의 경고나 퇴장 요건을 해석할 때 의회의 존엄성이 실질적인 근거로 적용됐다. 물론 하버마스가 이론화한 의사소통의 체계적 왜곡을 배제할 수 있는 이른바 ‘이상적 담화 조건’까지는 의회에서도 실현되기 어려운 일이다. 1950년대 독일 연방의회 초창기에는 수많은 격렬한 논쟁이 일어났고, 1980년대 진보 녹색당이 원내 진출하면서 본회의의 다소 보수적인 풍토가 도전받기도 했다. 또 통일 이후에도 질서 유지 조치가 필요한 다툼들이 많았다.
그러나 의회의 존엄성을 포함한 의회규칙 개정 몇년 이후에야 이 개념을 명문화한 것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실감하게 됐다. 왜냐하면, 2017년 극우 정당인 독일대안당(AfD)이 연방의회에 입성하면서 의회의 존엄성 침해가 어떤 지경까지 갈 수 있고, 또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문득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즉, 1920년대 독일사회민주당의 정치깡패와 마찬가지로 독일대안당 의원들이 종종 본회의장에서 의회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행패를 과시하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그렇다. 그들은 주로 무례한 인종·성차별, 여성·외국인 혐오, 반민주적 언행과 국가 사회주의의 경시, 역사 수정주의적 행태로 분열과 양극화를 조장해 동료 의원과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독일대안당 의원들은 다른 당 의원들보다 질서 유지 경고 건수가 현저히 많다는 것이 연방의회의 공식 통계에도 유의미하게 나타날 정도이다.
문제는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최근 독일대안당의 지지율이 현재 연방의회 의석 점유율인 10.3%의 두배에 이른다는 점이다. 이들은 앞으로도 의회와 같은 민주적 제도를 악용하여 독일 연방의회를 ‘동물 의회’로 만들어 민주주의를 해치는 시도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의회의 존엄성을 법적으로 명문화하는 것도 결국 소용이 없다는 비관적 결론을 내려야 하는가? 아니다. 왜냐하면, 적어도 의회 존엄성의 명문화 덕분에 필자가 독일 의회를 비롯한 모든 민주주의 국가의 의회에서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한다는 경종을 울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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