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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224회 작성일 24-03-22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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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게으름은 문화의 탓

  나태성으로 나타나는 국민성이 그 나라의 문화에 속한다고 볼 수 있을까? 이 사안이 민감한 이유는 인종주의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최근 스위스에서 문화와 국민성을 연계한 연구가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독어지역의 취리히 대학과 프랑스어 지역의 로잔느 대학이 참여했다.
  스위스는 독어 지역과 프랑스어 및 이태리어 지역 즉 라틴어 계통 지역으로 구분된다. 2년 전 연구가 시작될 때 독어지역의 실업률은 3%, 라틴어 지역은 4,9%로 매우 큰 차이가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 전 달도 마찬가지며 1년 전에도 같은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즉 지역에 따른 실업률의 차이가 연속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문화적인 차이’에서 이 원인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문화’란 광의로 해석이 가능한 개념이다. 여기서 결론을  도출하려 한다면 확실한 방증자료가 있어야 한다. 이 문제를 놓고 더욱 설득력 있는 결과를 얻기 위해 일부 문화효과 즉 교육수준, 직장경험유무, 경제구조, 국가의 경제정책 등을 배제한 순수한 ‘문화효과’를 비교했다. 여기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프랑스계 인은 다른 기타 조건이 동등하다는 여건 하에서도 2개월간 더 오래 실업자로 머물러 있었다.
  이와 병행해서 문화의 연관성에도 관심을 돌렸다. 하나는  국가와의 상호연관성이며 다른 관점은 노동에 대한 시각이다. 즉 프랑스계 인들은 독립성이 약하고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으며 노동을 중시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또 프랑스계인은 개방적이었으며 독일계는 열심히 일하기를 즐기면서 스위스  국가건립의 신화를 전통으로 중요시 해왔다는 차이가 있다.  또 프랑스계는 프랑스인을 모범으로 삼은 반면 독일계는 중립성과 독립성을 중시했다
  이들이 던진 또 다른 질문은 ‘당신은 돈이 필요 없는 상황에서도 취업을 계속하겠는가?’ 라는 물음이었다. 여기서 독어권 시민은 약 80%가 돈이 필요치 않아도 즐겁게 일하겠다고 답변한 반면 프랑스어와 이태리어 지역인은 이 비율이 50%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다른 설문조사에서도 조금 일하고 조금  벌겠다는 답이 프랑스어 지역에서 항상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결과적으로 이 연구는 문화적인 차이란 언어의 경계와 일치한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보여주었다. 실업자 통계는 지리적인 분계선이나 종교분포가 아닌 언어경계선에서 큰 차이가 나타난 것이다. 프랑스어 계열 인구는 실업자로 남아있는 기간도 눈에 띄게 길었다. 독어 사용자는 프랑스어 사용자보다 일하기를 좋아함으로써 7주 더 빨리 새 직장을 얻는다. 게다가 독일계는 스스로 노력해서 직장을 구하지만 프랑스계는 노동청 등 국가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이 결과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우스갯소리로 말하듯이 멋있게 살 줄 아는 사람은 프랑스어 지역인이며 부지런히 일하는 근로자는 독어를 사용하는 민족이라는 인식과 일치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남쪽지역 국민이 게으르다는 것도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또 이들은 멋을 위해 일하며 북쪽에서는 일하기 위해 산다는 독일인의 고정관념이 바로 그것이다. 못 사는 후진국은 모두가 남쪽에 있는 더운 나라라는 인식 역시 독일인에게 뿌리 박혀있는 고정관념이다.
  더 공격적 표현을 쓴다면 남부 유럽인은 게으르고 신뢰성이 없으나 대신 좋은 음식과 술을 즐기면서 멋있게 사는  법을 안다. 독어에는 ‘멋있게 사는 사람’이란 단어(bonvivant : 봉비방)가 있다. 물론 프랑스어에서 유래된 단어이다. 최근 이태리 수상의 스캔들은 이 사실을 명백하게 보여주는 예로 보인다. 스캔들을 즐기며 뽐내는 수상도 문제지만 시민들이 보이는 반응 역시 북쪽 나라 시민들의 시각과는 많은 차이점을 엿볼 수 있다. 재미를 위한 스캔들쯤은 널리 관용으로 포용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북부지역 유럽인은 열심히 일하고 정확하고 성실한 시민의 모습을 보여준다.  [유럽리포트*2014]

 15. EU의 언어혼란

 ‘언어의 다양성은 신이 내린 형벌’이란 말이 현실화 된 곳이 바로 EU라고들 말한다. 그만큼 27개 회원국을 가진 거대 규모의 EU 내부에서 의사소통문제가 가장 심각하고 성가신 방해물이 되어 있다.  EU 내에서의 회의나 결의사항 등 모든 중요 서류는 23개  공용어(Amtssprache)로 번역되어 나오고 있다. 소위 ‘연결  언어(Relaissprache)’ 로 선정된 영어, 독어, 프랑스어가 있어 일단 모든 서류는 이 3개 언어로 번역되어야 하며 여기서 다시 각국어로 번역된다.  EU 회원국들은 누구나가 자기 언어의 귀중함을 주장하면서 이는 곧 민족 정체성이라는 자존심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들어보지도 못한 켈트족의 언어로도 번역되고 있다. 아일랜드 인구의 2%도 안 되는 소수민이다. 또 자기들도 별로 사용하지 않는 말타 언어도 이 27개 언어에 포함되어 있어 모든 언어와 동격으로 상호 번역되어 나가고 있다. 이렇게 이루어진 번역의 조합을 계산해 보면 무려 506 종류의 가능성이 생긴다니    그 복잡함과 혼란은 짐작할 만 하다.  EU의 기구에는 협의회(Rat), 의회(Parlament), 위원회, 감사원(Rechnungshof), EU 법원 등이 있다. 이들 업무과정에서  쏟아져 나오는 문서는 보고서, 수정안, 진정서, 각 분야별 연설문 등이 있어 끝없는 문서와의 전쟁이 모두 27개 언어로 번역되고 있는 것이다.  1년에 이들이 번역할 분량은 300만 쪽. 하루 한 사람의  분량은 8쪽, 한 시간에 한 쪽이 최소 책임량이다.  이 혼란 속에서 11년 직장생활을 한 후 신경쇠약으로 중환자가 되었다는 사례도 이해가 갈만 하다. 저녁에 일손을 놓으면 그날 어떤 언어를 번역했는지 기억도 사라진다고  한다.  EU 위원회에는 500명의 통역이 고용되어 있고 매일 300~ 400명의 프리랜서가 업무를 돕는다. 번역 부서의 본부에는  번역자가 2300명이다. 소요비용은 11억 유로, EU 시민 전체가 1년에 2유로를 지불하는 셈이다.  원래 지난 수십 년 간 프랑스어가 중심언어였다. 그런데  여기서 중심이 영어로 옮겨 가게 된 것은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가입과 동유럽 국가들의 가입이 큰 영향을 끼쳤다. 현재는  번역자가 처음 받는 텍스트의 50% 이상이 영어로  작성된다.  그런데 EU 의원 가운데는 영어가 서툴면서도 체면유지를  위해 오류투성이의 영어를 사용하는 이들이 있어 가장 절망적인 상황이 닥친다는 불만이 많다. 이런 때는 퀴즈 풀기 식의 요령을 써야 한다.  앞으로 10년간에 주요 4개국 언어 번역자의 40 ~ 50%가 부족하다는 추정이 나왔다. 이런 고민은 EU 뿐이 아니다. 일반 국제기구에서도 앞으로 수 년 내에 전문직 인원부족으로 기본 임무 수행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2012년에  벌써 영어 통역이 22%, 프랑스어 통역이 12% 부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인구감소현상과 유관하다. 번역분야에서는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인력이 다른 언어를 배우려는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것이 큰 원인으로 꼽힌다. 그만큼 최근 영국에서는 신청자가 심하게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EU는 역사에 나오는‘바빌론의 언어 대혼란’이 현대에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할 정도다.  [유럽리포트*2010]
 16. 유로화 통합에 반대한 학계

  그리스의 국가재정 적자가 도화선이 된 ‘그리스의 비극’ 에 대해 북유럽 국가들은 재정을 남용한 탓이라는 ‘자기책임’ 으로 돌린다. 하지만 실제로는 2008년도 재정 위기로 인해 국가가 금융계에 거액의 재정지원을 한데 기인한다고 EU 관계자는  말했다. 더욱 근원적인 요인을 본다면 화폐연합이 처음부터  안고 있던 위험요소가 이제 불거져 나온  것이다.
  관심을 끄는 사항은 경제학자들이 EU의 화폐통합과 장래에 대해 어떤 전망을 내놓았을까 하는 것이다. 이번 위기는 2년 전 리만 브라더스에 의해 유발된 재정위기와는 시발점이 다르다. 2년 전에는 은행 내부적으로 생산해 낸 위험상품에 의한 것이었다. 학계와는 동떨어진 경계 내에서 유발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화폐통합은 역사적으로도 선례가 있었으며 학자들에게는 거시경제적인 시각에서 해석할 수 있는 현실 금융정책의 문제였다.
  화폐통합 전 학계의 관심은 컸다. 당시 화폐통합에 대해서 회의적 내지는 거부반응을 보여 온 학자가 대다수였다. 특히 독일 경제학계에서는 우려감이 앞섰다. 그런데도 화폐문제는 경제인의 의견을 고려하지 않은 정치에 의한 의결사항이 되었다.
  화폐통합에 대해 회의적이거나 거부하는 학자가 대부분이었으며 직접 영향을 받게 될 독일학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것이다. 특히 인플레 가능성에 대해 공포감을 갖고 있는 측에서는 유로화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미국 학계 역시 대부분이 극히 회의적인 의견을 표했다. ‘화폐통합은 오지 않을 것이다’, ‘화폐통합은 잘못된 생각’ 이라던가 혹은‘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 등 여러 부류로 표현의 강도는 갈라졌다. 노벨상 수상자 밀톤 프리드맨은 유럽중앙은행  재정책임자에게 보낸 축하카드에서 ‘있을 수 없는 직책을 맡은 데 대해 축하한다’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최근 당시의 토론내용이 다시 한 번 재정리되었다. 미국학계가 반대한 이유는 ‘최적의 화폐지역(Optimal Waehrungszone)’이란  이론에 따른 것으로 국가 간 경제력의 차이가 심한 유럽연합이 최적의 화폐지역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최적의 화폐지역이란 처음부터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국가의 재정이 평준화되고 경기 사이클이 유사하게 될 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60년대에 나온 학설도 경제변동 해석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에 따르면 화폐통합지역에서는 환율변동이라는 변수가 없기 때문에 다른 방법으로 조정이 필요하다. 다른 방법이란 상품시장에서의 가격조정, 노동시장의 유동성, 취업자의  유동성 등등이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점에서 유럽의 적응력이 미약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 하에서 독립적인 재정정책을 기대하기 힘들다.  화폐정책은 통일적으로 시행되며 경제시장의 유동성이 약한  지역에서 재정이 약한 지역을 돕기 위해서는 더욱 강력한 재정 재분배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이 규모가 거대하기 때문에 유럽은 이를 감당할 수 없다. 특히 보수 성향의 경제학자들은 경제 문제뿐 아니라 이로 인해 이어질 정치적  긴장에 대해서도 경고를 했었다.  [유럽리포트*2010]

  17. 독일에까지 소개된 노벨평화상 뒷 이야기

  한국인이 받은 노벨평화상 수상과 관련된 내용이 최근 뒤늦게 독일 언론에 기사화 됐다. 10여 년이 지난 이야기인 만큼 여기에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사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한국에는 결코 자랑스럽지 못한 수치스러운 이야기다.  이 ‘스캔들’ 즉 노벨평화상을 한국인이 받게 된 배경이 국내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해외주재 기자가  이 사실을 기사화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노벨상에 대해 국내에서는 근본적인 착각을 범하고 있다.  상이란 위대한 업적에 대한 보상이다. 이 상장이 주는 명예를 그리워한 나머지 오로지 상장을 타기 위한 목적으로 연구에  임한다거나 세계평화를 부르짖은 이는 한국을 제외하고는 유례가 없을 것이다. 노벨상은 노력의 결과이다. 노벨상이라는 상장이 개인적인 명예를 얻기 위한 수단과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이런 작태야 말로 전형적인 열등감 콤플렉스의 발현이라고  보아 마땅할 것이다.  매년 노벨수상자 발표 때마다 국내언론에 기사화되고 있는  노벨문학상에 대한 애착감은 실로 해외교포들의 수치감을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하겠다. 아마도 한국에서 노벨문학상이 나오는 날에는 이제 우리는 국가적인 지상목표에 달했으므로 문학은 더 이상 우리의 관심영역에서 벗어나게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이 독일 특파원은 바로 한국인의 노벨 애착증으로 인해 야기된 ‘노벨코미디’를 전 세계에 소개한 셈이다. 코미디란 표현은 우리의 입장이다. 독일 언론의 입장에서 보기엔 이 광경은  ‘스캔들’ 이라고 보는 것이 옳았나 보다.  독일 기자는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한국정부가 북한에 미화 2억 달러를 지불했으며 따라서 이 남북정상회담은 ‘돈으로 산 정상회담’ 으로 역사에 남았다는 것이다. 돈을 건넸다는 이야기는 국내에서는 알려졌다지만 이렇게 구체적으로 액수까지 공개되면서 ‘민족의 수치’ 가 대외적으로 공개된 것은 서구사회에서는 전례가 없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새로운 사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상회담  장면은 마치 ‘태양왕’(루이 14세를 의미) 앞에서 청원을 올리는 모습과 같았다는 평을 가했다. 실상 회담모습을 외신에서 보면 손님, 즉 한국대통령을 앞에 놓고 반말에 가까운 어투로 대하는 장면이 그대로 방영되었지만 국내방송에서는 이렇게 비굴한 장면은 삭제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실상 공정한 입장에서 생각해 볼때 그 이상의 대접을 받아야 할 근거는 없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  독일기자는 정상회담이 북한측 대외선전의 승리였다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김대통령이 받은 노벨평화상은 빛을 잃게 되었다’ 고 끝냈지만 이는 핵심을 피해가려는 점잖은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어쨌든 한국은 노벨위원회를 ‘속임수’ 로 넘기고 노벨상을 보유하게 된 유일한 국가가 되었다.  [유럽리포트*2015]

 18. 한국적 예의

  얼마 전 국내언론에 보도된 짤막한 기사가 우리의 관심을  끌었다. 서울의 최고급 호텔인 신라호텔 레스토랑에서 4세  이하 아동의 출입이 금지된다는 보도였다. 이유는 널리 알려진 대로다. 언제부터인가 가정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행동을 적절히 바로잡는 것이‘아이들의 기’를 죽이는 것으로 이해되면서, 지나칠 정도의 자유스러움이 용납되어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 민족이 가장 예의 바른 민족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유로운 서구사회라 해도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 못지않게 엄격한 예절이 요구되며, 단지 ‘예절’ 이라는 범주를 이해하는 데 있어 우리와 차이가 있을 뿐이다.
  예의란 좀 더 격조 높은 사회를 이루면서 우리의 일상을 좀 더 슬기롭게 영위하기 위한 사회규범이다. 이런 의미에서 예절의 근본적인 목적에서는 동서양 간에 차이가 있을 수 없다.
  단지 서구에서 예절이란 엄격히 ‘나와 타인’과의 관계에서  요구되는 규범을 뜻한다. 이때 타인과의 관계란 나와 사회적인, 혹은 재정적인 이해관계가 없음을 전제하는 관계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동양사회에서의 예의란 주로 ‘나와 이미 사회적인 이해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자’ 와 연관되어 요구된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주변 친인척 관계, 직장 내의 상하관계,  혹은 동향, 동문 관계 등에서 요구되는 행동이나 태도가 예절의 요체로 인식되어 왔다. 그런 점에서 유교문화적 위계의식과 결합된 권력남용적 악습으로 작용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예절개념은 우리의 해외생활에서도 잘 엿볼 수 있다. 한국인이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지역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독일인이 들어서면 바로 먼저 타고 있던 한국인에게 ‘굿모닝!’ 하며 인사를 한다. 한국인은 답이 없다. 나와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에게 인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독일인의 생각은 다르다. 나와 같은 아파트에 거주한다는 사실 혹은 현재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나에게는 동떨어진 타인이 아니다. 예절이란 공동생활을 좀 더 부드럽게 뒷받침해주는  인간공통의 수단임에도 이렇게 외국인과 상반되게 행동하는  한국인에게서 친절하고 예의 바르다는 인상을 받을 수는 없으며 오히려 거만하고 무례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독일인에게 있어 선배나 스승을 만나는 것은 두 인격체의  만남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에 한국사회에서는 신분이나 권력에 좌우되는 수많은 상하관계가 ‘예절’로 포장되어 권력남용과 부패의 온상이 되어 왔다.
  세계가 점점 가까워지는 현대사회에서 문화와 전통이란 매우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지만, 종교나 언어와 같은 거시적 현상보다 오히려 ‘작은 일상적 관습’ 에 주목함으로써 문화적 상호이해의 길이 쉽게 열릴 수 있을 것이다.  [유럽리포트*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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