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14개를 새로 짓는다고?···20년 넘은 ‘댐 망령’ 살려내려는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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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4-07-30 16:59 조회 1,710 댓글 0본문
(위)완공 앞둔 원주천댐. 연합뉴스
(아래)신규댐 후보지 14곳. 환경부 제공
환경부 신규 댐 건설 후보지 14곳 발표
전국 곳곳 댐 건설 추진은 2001년 건교부 이후 처음
기후위기 역행, 지역 갈등 조장, 생태계 파괴 무시
물그릇 작아 실효성도 극히 낮아
정부가 신규 댐 건설과 기존 댐 재개발을 합쳐 총 14개 댐을 건설 후보지로 선정했다. 12개 이상의 댐을 한꺼번에 대규모로 건설하는 것은 2001년 이후 23년 만에 처음이다. 댐이 대량의 온실가스를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하는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에 따른 환경파괴, 극심한 주민 반발 같은 사회적 비용 등을 고려하지 않은 데다가 실용성도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30일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에서 댐 건설 후보지를 발표했다. 지난 25일 환경부 장관으로 취임한 이후 6일 만에 대규모 토목공사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14개를 용도별로 보면 다목적댐 3곳, 홍수조절 댐 7곳, 용수전용 댐 4곳이다.
후보지로 선정된 곳은 경기 연천 아미천, 강원 양구 수입천, 충남 청양 지천, 강원 삼척 산기천, 충북 단양 단양천, 경북 청도 운문천, 전남 화순 동북천, 경북 김천 감천, 경북 예천 용두천, 경남 거제 고현천, 경남 의령 가례천, 울산 울주 회야강, 전남 순천 옥천, 전남 강진 병영천 등이다. 고현천, 가례천, 회야강, 옥천, 병영천 댐을 제외하면 모두 신규 댐이다.
정부가 대규모 댐 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2001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건설교통부는 전국에 12곳을 선정해 댐 건설 신설 수순을 밟았는데,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김 장관은 후보로 지정한 댐들을 ‘기후대응 댐’이라고 부르면서 다목적댐이 홍수의 근원적 대응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강우 패턴도 짧은 시간에 매우 강한 비가 집중되는 특성을 보인다”면서 “극한 호우 등으로 인한 최근 3년간 피해액은 1조6000억원이 넘고, 인명 피해도 85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장관 설명과 달리 최근 발생한 홍수 피해 대부분은 물그릇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존에 마련된 안전 규정을 지키지 않아 발생했다. 충북 오송 궁평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교량공사 과정에서 제방을 임의로 허물었다가 미호강 물이 넘쳐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 섬진강 홍수 당시 발생한 78개 피해지구 모두 제방이 건설되지 않은 곳에 집중됐다. 극한호우가 내려도 기존 규정을 잘 지키고, 시설 관리만 잘 한다면 토목사업을 벌이지 않더라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환경부 발표대로 댐을 짓더라도 홍수 예방에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홍 중앙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는 “최근 홍수가 발생한 지역과 새로 댐이 지어지는 지역이 동떨어져 있다”면서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환경부가 저수용량 2200㎥ 이하의 작은 댐들을 만들면서 “극한 호우 대비용”이라 설명하는 것 역시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총저수용량이 1000㎥을 넘는 홍수조절용 댐은 회야강댐(2200㎥)과 감천댐(1600㎥)뿐이다. 김 교수는 두 댐을 포함해 용두천댐(160㎥), 고현천댐(80㎥), 가례천댐(490㎥), 옥천댐(230㎥), 영산강댐(190㎥) 모두 “기후위기에 따른 물그릇 확보”라는 명분에 비해선 너무 작다고 지적했다.
홍수 관리를 통한 국민 생명 보호를 명분으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에서 기업이 쓸 용수를 마련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백경오 한경대 토목안전환경공학과 교수는 “강원 양구 수입천 댐 부지를 보면 워낙 시골이라 주변에 홍수 침수 위험이 있는 마을이 없다”면서 “반도체 공장이 쓸 용수 공급을 위해 다목적 댐을 짓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입천 저수용량은 1만㎥로, 신규 건설 예정 댐 중 가장 크다.
댐 건설이 정부는 물론, 한국 사회 전체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애쓰고 있는 상황에도 역행하는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댐 건설과정에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중장비가 수년에 걸쳐 공사장에 투입되며,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시멘트도 대량으로 사용된다. 물길이 막히면 댐에 녹조가 생길 가능성이 커지는데, 죽은 녹조는 물 속으로 가라앉으며 메탄가스를 내뿜는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80배 이상 큰 온실효과를 일으킨다.
댐 건설 과정에서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지가 수몰, 파괴되기 때문에 생물다양성 감소와 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우려도 크다. 2022년 국제사회가 채택한 생물다양성협약 쿤밍-몬트리올 의정서에서는 2030년까지 국토의 30%를 생태계 보호지역으로 지정하도록 했다. 댐 건설은 한국 정부를 포함해 국제사회가 함께 세운 목표 달성에 역행하는 정책이다.
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모든 공사는 불가피하게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면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꼭 필요한 시설이기 때문에 (댐을 짓기로) 선택했다”고 답했다. 취임 엿새 만에 대규모 공사를 추진하는 것은 성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엔 “이 자리에 온 지 며칠 안 되었지만 정부와 공무원은 시스템으로 일한다”면서 “그동안 시간을 거쳐서 검토를 쭉 해온 거로 보고받았다”고 답했다.
(아래)신규댐 후보지 14곳. 환경부 제공
환경부 신규 댐 건설 후보지 14곳 발표
전국 곳곳 댐 건설 추진은 2001년 건교부 이후 처음
기후위기 역행, 지역 갈등 조장, 생태계 파괴 무시
물그릇 작아 실효성도 극히 낮아
정부가 신규 댐 건설과 기존 댐 재개발을 합쳐 총 14개 댐을 건설 후보지로 선정했다. 12개 이상의 댐을 한꺼번에 대규모로 건설하는 것은 2001년 이후 23년 만에 처음이다. 댐이 대량의 온실가스를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하는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에 따른 환경파괴, 극심한 주민 반발 같은 사회적 비용 등을 고려하지 않은 데다가 실용성도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30일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에서 댐 건설 후보지를 발표했다. 지난 25일 환경부 장관으로 취임한 이후 6일 만에 대규모 토목공사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14개를 용도별로 보면 다목적댐 3곳, 홍수조절 댐 7곳, 용수전용 댐 4곳이다.
후보지로 선정된 곳은 경기 연천 아미천, 강원 양구 수입천, 충남 청양 지천, 강원 삼척 산기천, 충북 단양 단양천, 경북 청도 운문천, 전남 화순 동북천, 경북 김천 감천, 경북 예천 용두천, 경남 거제 고현천, 경남 의령 가례천, 울산 울주 회야강, 전남 순천 옥천, 전남 강진 병영천 등이다. 고현천, 가례천, 회야강, 옥천, 병영천 댐을 제외하면 모두 신규 댐이다.
정부가 대규모 댐 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2001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건설교통부는 전국에 12곳을 선정해 댐 건설 신설 수순을 밟았는데,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김 장관은 후보로 지정한 댐들을 ‘기후대응 댐’이라고 부르면서 다목적댐이 홍수의 근원적 대응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강우 패턴도 짧은 시간에 매우 강한 비가 집중되는 특성을 보인다”면서 “극한 호우 등으로 인한 최근 3년간 피해액은 1조6000억원이 넘고, 인명 피해도 85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장관 설명과 달리 최근 발생한 홍수 피해 대부분은 물그릇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존에 마련된 안전 규정을 지키지 않아 발생했다. 충북 오송 궁평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교량공사 과정에서 제방을 임의로 허물었다가 미호강 물이 넘쳐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 섬진강 홍수 당시 발생한 78개 피해지구 모두 제방이 건설되지 않은 곳에 집중됐다. 극한호우가 내려도 기존 규정을 잘 지키고, 시설 관리만 잘 한다면 토목사업을 벌이지 않더라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환경부 발표대로 댐을 짓더라도 홍수 예방에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홍 중앙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는 “최근 홍수가 발생한 지역과 새로 댐이 지어지는 지역이 동떨어져 있다”면서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환경부가 저수용량 2200㎥ 이하의 작은 댐들을 만들면서 “극한 호우 대비용”이라 설명하는 것 역시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총저수용량이 1000㎥을 넘는 홍수조절용 댐은 회야강댐(2200㎥)과 감천댐(1600㎥)뿐이다. 김 교수는 두 댐을 포함해 용두천댐(160㎥), 고현천댐(80㎥), 가례천댐(490㎥), 옥천댐(230㎥), 영산강댐(190㎥) 모두 “기후위기에 따른 물그릇 확보”라는 명분에 비해선 너무 작다고 지적했다.
홍수 관리를 통한 국민 생명 보호를 명분으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에서 기업이 쓸 용수를 마련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백경오 한경대 토목안전환경공학과 교수는 “강원 양구 수입천 댐 부지를 보면 워낙 시골이라 주변에 홍수 침수 위험이 있는 마을이 없다”면서 “반도체 공장이 쓸 용수 공급을 위해 다목적 댐을 짓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입천 저수용량은 1만㎥로, 신규 건설 예정 댐 중 가장 크다.
댐 건설이 정부는 물론, 한국 사회 전체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애쓰고 있는 상황에도 역행하는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댐 건설과정에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중장비가 수년에 걸쳐 공사장에 투입되며,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시멘트도 대량으로 사용된다. 물길이 막히면 댐에 녹조가 생길 가능성이 커지는데, 죽은 녹조는 물 속으로 가라앉으며 메탄가스를 내뿜는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80배 이상 큰 온실효과를 일으킨다.
댐 건설 과정에서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지가 수몰, 파괴되기 때문에 생물다양성 감소와 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우려도 크다. 2022년 국제사회가 채택한 생물다양성협약 쿤밍-몬트리올 의정서에서는 2030년까지 국토의 30%를 생태계 보호지역으로 지정하도록 했다. 댐 건설은 한국 정부를 포함해 국제사회가 함께 세운 목표 달성에 역행하는 정책이다.
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모든 공사는 불가피하게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면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꼭 필요한 시설이기 때문에 (댐을 짓기로) 선택했다”고 답했다. 취임 엿새 만에 대규모 공사를 추진하는 것은 성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엔 “이 자리에 온 지 며칠 안 되었지만 정부와 공무원은 시스템으로 일한다”면서 “그동안 시간을 거쳐서 검토를 쭉 해온 거로 보고받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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